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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은 갑상선암을 제외한 우리나라 여성암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지속적으로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중앙암등록 자료를 살펴보면 2003년 약 9000명의 유방암 신환이 발생하였으나, 2013년에는 약 20,000명 이상의 유방암 신환이 발생하여 최근 10년 간 약 2배 이상으로 유방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방암은 모든 암종 중 가장 치료가 발달한 암으로, 유방암의 치료에는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호르몬치료, 표적 치료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을 복합적으로 적용하게 된다. 이 중 수술적 치료는 유방암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심에 자리잡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수술적 치료 없이 유방암을 완치하기는 불가능하다. 유방 암의 수술적 치료법에는 크게 보면 전절제술과 부분절제술의 두가지가 있다. 전절제술은 유두 및 유방의 피부를 포함하여 유방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이고, 부분절제술은 유방을 다 제거하지 않고 종양 및 종양 주위의 일부 정상조직까지만을 제거하여 환자의 유방을 보존하는 수술 방법이다. 과거에는 전절제술을 시행해야만 유방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모든 환자에게 전절제술을 시행하였으나, 부분절제술 후에 추가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면 전절제술과 부분절제술이 환자의 예후에 차이가 없다는 것이 밝혀져 점차 부분절제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증가하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2/3 가량이 부분절제술을 통하여 유방을 보존하면서 유방암을 치료하고 있다.
하지만, 부분절제술을 시행하여 유방을 보존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종양을 포함한 주변의 정상조직까지 제거를 해야하기 때문에 수술한 쪽 가슴 일부가 움푹 패이는 등의 변형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종양의 크기가 작을 경우에는 그 변형이 그리 심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종양의 크기가 어느 정도 이상일 경우에는 수술 후 상당한 정도의 유방 변형이 생기고는 하였다. 또한, 수술 후 유방 변형은 유방 내에서 종양의 위치에 따라서도 그정도가 달라서, 불리한 위치에 종양이 위치할 경우 수술 후 심각한 정도의 유방 변형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예전에는 전절제술을 피하고 부분절 제술을 통해 유방을 보존할 수 있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고, 부분절제술 이후의 유방 변형은 그 정도가 다소 심각한 경우라 하더라도 유방암 수술 후에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유방암 환자라면 당연히 감내하여야 하는 현실로 받아들여졌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유방암 환자들의 높아지는 기대치와 유방암 수술 테크닉의 발전에 힘입어 유방암 수술 후 유방 변형을 최소화하는 종양성형 유방암 수술(oncoplastic breast cancer surgery)이라는 수술 기법이 대두되었다. 종양성형 유방암 수술이란 말 그대로 종양수술(oncologic surgery)과 성형수술(plastic surgery)의 두 수술을 합친 용어로, 유방암을 제거하는 종양수술을 시행하 면서 동시에 종양수술로 발생한 유방의 결손 부위를 성형외과적 수술 테크닉을 응용하여 동시에 복원해 주는 수술 기법이다. 예전부터 널리 시행하고 있던 전절제술 후에 자가조직 또는 보형물을 이용하여 동시 복원해 주는 것도 넓은 의미의 종양성형수술에 포함되지만, 좁은 의미로는 부분절제술을 시행함에 있어서 종양및 주변 조직의 절제로 발생하게 되는 유방의 결손 부위를 남아 있는 정상 유방조직을 재배치 해줌으로써 복원해주는 수술 기법을 말한다 (그림1). 절제 범위가 광범위하여 남아있는 정상 조직이 결손 부위 복원을 하기에 현저히 부족할 경우에는 환자의 등살 등 인근 부위의 자가조직을 이용해 결손 부위에 대한 복원을 시행할 수도 있다.
수술 후의 유방 변형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제거하는 부분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종양성형 유방암 수술의 경우 기존의 부분절제술에 비하여 피부 절개 디자인부터 다르게 가져가기 때문에 수술 후 유방변형이 최소화 될 뿐 아니라 더 많은 유방 조직을 제거할 수 있고, 절제연도 더 넓게 가져갈 수 있다 (그림2). 많은 연구에서 기존의 부분절제술에 비해 종양성형수술을 시행할 경우 보다 많은 조직을 제거함으로써 더 넓은 절제연을 확보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즉, 종양성형 수술을 시행할 경우 기존의 부분절제술에 비해서 수술 후 유방 변형을 최소화 하면서도 더 안전한 절제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종양성형수술에는 매우 다양한 수술 방법이 있으며, 환자의 유방 크기, 종양의 크기(결손 부위 크기), 종양의 위치 등을 고려하여 각각의 환자 에게 가장 알맞은 종양성형수술 술식을 적용해야 한다. 종양성형수술은 유방의 결손 부위 정도에 따라서 조직이동 술식 (volume displacement technique)과 조직대체 술식 (volume replacement technique)의 두 가지 방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조직이동 술식은 중간 이하의 유방 결손일 때 사용하게 되며, 병변의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디자인의 피부 절개를 통하여 종양및 주변 조직을 제거하고, 주변의 정상 조직을 재배치 함으로써 결손 부위를 복원하게 된다 (그림3).
유방의 50% 이상을 절제하게 될 경우에는 남아있는 정상 유방 조직이 결손 부위의 복원을 하기에는 현저히 부족하게 되며, 이러한 경우 조직대체 술식을 시행하게 된다. 조직대체 술식은 결손 부위를 주변의 자가조직을 이용하여 복원해주는 수술 기법으 로, 환자의 등근육을 이용하는 방법(광배근 피판, latissimus dorsi flap) 등 인근의 혈관을 포함하는 지방 및 근육조직을 이동하는 방법이 여기에 해당한다(그림4).
병변의 부위가 광범위하여 부분절제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예전에는 전절제술을 시행하면서 뱃살(TRAM flap) 또는 유방확 대수술 때 사용하는 보형물(implant)을 이용하는 동시 복원 수술을 시행하였었다. 하지만, 전절제술의 경우 수술 시 유방의 피부 및 유두를 모두 제거하게 되므로, 수술 상처가 커지고 추후에 유두 재건을 따로 시행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그림5).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피부 및 유두가 안전할 경우 피부 및 유두를 보존하고 유방 속의 유선 조직만을 제거하는 유두 보존 유방 절제술을 시행하면서 동시 복원을 시행하는 방법이 점차 널리 쓰이고 있다. 이 경우에도 뱃살 또는 보형물을 이용한 동시 복원을 시행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의 발달로 배 속의 내장 지방의 일종인 대망(omentum)을 이용하는 방법도 일부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다(그림6). 기존의 뱃살을 이용한 복원이 복부에큰 상처를 남기는데 비하여, 대망을 이용한 동시 복원은 복강경을 이용하여 수술을 시행하게 됨으로 공여부의 상처를 최소화 할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1894년 Halsted 경에 의해 근대적 유방암 수술이 처음 시행된 이래 유방암 수술은 그동안 많은 발전을 이루어 왔다. 부분절제술 시행 후 방사선치료를 하게 되면 전절제술과 동일한 치료 성적을 거둘 수 있음을 알게 되어 환자의 유방을 보존하면서 유방암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고,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감시림 프절 생검술이 도입되면서 유방암 수술 시에 겨드랑이 림프절을 보존할 수 있게 되어 유방암 수술의 합병증인 림프부종의 발생을 최소화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유방을 보존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수술 후에 생기는 유방의 변형까지 최소화하여 수술을 받은 환자의 심적인 상처까지도 최소화 해줄 수 있는 종양성형 유방암 수술까지 발전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종양성형 유방암 수술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모든 환자가 체형, 유방의 모양, 병변의 크기 및 위치가 각기 다르기에 종양성형 유방암 수술은 환자 개개인에 따른 맞춤 수술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양한 종양성형 유방암 수술 방법 중 각기 다른 환자에게 가장 알맞은 술식을 적용하여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양성형술식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경험이 중요하다.
<대한암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