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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현의 푸드레시피 | 2016년 09호
‘모유수유,’ 유방암 예방을 위한 첫 걸음
식품자체는 아니지만 ‘모유수유’라는 행위가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의 유방암 발병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과학적 증거가 ‘확실함’을 보고하였다. 모유수유는 또한 난소암도 예방할 ‘가능성이 있음’으로 평가하였다.
서울대영양학괴 윤지현교수 기자 | 201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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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화두인 시대.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품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져 간다. 하지만 이런 타이틀을 달고 TV나 인터넷에서 소개되는 각종 매직(magic) 식품 중 그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소수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보다 현명한 식생활을 통해 암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식품과 영양에 대한 지식을 국제암연구재단의 최신 보고서에 근거하여 시리즈로 전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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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유수유,’ 유방암 예방을 위한 첫 걸음

 

헐리우드의 대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유방 절제 수술. 2013, 유전자 검사로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높음을 알게 된 그녀는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서라도 유방암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했다. 유방암에 걸려서가 아닌,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한 이러한 그녀의 선택은 지구촌 전체를 술렁이게 했었다

대한민국 여성에게도 유방암은 두려운 존재다. 유방암은 그 발병률이 계속 높아져 대한민국 여성에게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암 중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해서 안젤리나 졸리와 같은 선택은 쉽지 않겠지만, 21세기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 성인 여성이라면 누구나 유방암 예방법에 귀가 솔깃할 게다

 

지구촌 곳곳의 과학자들은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식품이나 영양성분을 밝히기 위해 수많은 연구들을 수행해 왔다. 그리고 2007, 국제암연구기금(World Cancer Research Fund)은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종합한 획기적인 보고서를 출판한 바 있다. 전 세계의 최고 전문가들이 17가지 암의 예방과 관련한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검토한 결과를 정리한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각종 식생활 관련 요소가 암의 예방과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확실함’, ‘가능성 높음’, ‘가능성 있음’, 또는 관련성 없음으로 나누어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새로운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이 보고서에서 암 유발에 대한 증거가 확실한 것으로 결론내린 식품은 다수인 반면, 예방 효과에 대한 증거가 확실한 식품은 한 가지도 제시되지 않았다. , 식품자체는 아니지만 모유수유라는 행위가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의 유방암 발병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과학적 증거가 확실함을 보고하였다. 모유수유는 또한 난소암도 예방할 가능성이 있음으로 평가하였다. 이러한 모유수유의 암 예방 효과는 조제유와의 혼합수유가 아닌 완전 모유수유일 때, 그리고 그 기간이 길수록 커진다. 이러한 이유로 국제암연구기금은 암 예방을 위해 출산 후 6개월간 오로지 모유수유만을 하고, 이 후에도 이유식과 함께 모유수유를 지속하도록 권장한다

 

사실 암 예방 효과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모유수유가 아기와 엄마에게 주는 혜택은 참으로 놀랍다. 모유는 아기가 6개월이 될 때까지는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완전식품으로 아기의 면역력 증진 및 각종 질병 예방을 도와준다. 모유를 먹은 아이는 과체중이나 비만이 될 위험도 낮아진다. 조제유의 성분을 아무리 모유에 가깝게 만든다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현재의 과학으로 파악된 정도까지일 뿐, 모유의 마법은 결코 어떤 기술로도 따라할 수 없다. 모유수유는 엄마의 산후회복을 촉진하고 엄마와 아이의 유대감 형성에도 기여한다. 그런데 이에 더하여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는 그렇지 않은 엄마에 비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도 낮아진다니, 그리고 이러한 과학적 증거가 그 어떤 암 예방법보다 확실하다니 이 얼마나 엄청난 사실인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모유수유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1900년대 중반에 모유수유가 크게 줄어들었다가 1970년대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 한다. 혹자는 우리나라의 모유수유율도 상당히 높아졌다 하고, 그런 통계도 눈에 띠긴 하지만, 수많은 여자 제자들을 통해 필자가 직접 파악한 우리나라 여성들의 모유수유성공률은 결코 높지 않다.

모유수유는 엄마의 출산 후 이어지는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과정임에도, 최근 많은 산모들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모유수유를 포기하곤 한다. 조제유를 만드는 회사들의 강력한 마케팅 활동과 모유수유에 대한 병원과 산후조리원의 비협조적 방침이 이러한 포기를 부채질한다. 게다가 모유수유 초기, 참을성 없는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는 딸과 며느리의 젖이 귀하디귀한 손자에게 부족하다며 신생아에게 하루라도 빨리 젖병을 물려 배부르게 먹이라 압력을 가하곤 한다. 영유아 자녀를 둔 젊은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식생활 교육의 현장에 가보면 식품과 영양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그렇게 뜨거울 수 없다. 아이가 건강하제 자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구해다 먹일 기세다. 그리고 이러한 엄마들이 40대를 넘어서면 본인과 남편의 암 예방을 위해 값비싼 건강기능식품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많은 엄마들이 정작 모유수유는 일찍이 뒤로하고 아기에게 젖병을 물려 키웠음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오늘 이 글을 읽은 독자라면 본인이나 부인, 그리고 딸이나 며느리의 유방암 예방을 위한 첫 걸음이 모유수유여야 함을 잊지 않기 바란다. 세 자녀를 출산한 안젤리나 졸리는 유방암 예방을 위한 극단적 선택 전, 과연 모유수유는 했을까? []

 

대한암매거진 201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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